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나눔마당

Junggye Yangeop Catholic Church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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930일 토요일 성 예로니모 사제 학자 기념일

 

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당신께서 겪으실 수난을 예고하십니다. “너희

는 이 말을 귀담아 들어라. 사람의 아들은 사람들의 손에 넘겨질 것이다.”

런데 수난을 예고하시는 상황이 그런 암울한 미래와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

다는 것을 우리는 금세 알 수 있습니다. 사람들이 예수님께서 하신 모든 일,

특히 어떤 아이를 사로잡고 있던 강력한 영을 쫓아내신 예수님의 권능을 보

고 놀라워하는(9.37-43 참조) 상황에서 예수님께서는 역설적으로 수난에 대

하여 말씀하십니다. 지금처럼 사람들에게서 환영을 받으셔야 할 사람의 아

이 오히려 사람들의 손에 넘겨지는 운명을 겪게 되리라는 것입니다.

제자들은 예수님의 말씀을 도무지 알아듣지 못합니다. 베드로, 야고보,

요한에게는 더욱 그러하였을 것입니다. 지금 예수님께서 말씀하고 계신 곳

은 산 밑입니다. 그들은 조금 전, 산 위에서 매우 놀라운 광경을 보았습니다.

예수님의 얼굴 모습이 변하고, 옷이 하얗게 번쩍이며, 갑자기 모세와 엘리

야가 나타나 그분과 대화를 나누고, 심지어 그들을 덮은 구름 속에서는 이

러한 음성이 들려 옵니다. “이는 내가 선택한 아들이니 너희는 그의 말을 들

어라”(9.35). 예수님께서 지니신 거룩함과 영광의 극치를 선보이는 이 광경을

두 눈으로 직접 본 제자들이, 그와 정반대의 길을 걸으셔야 한다는 예수님

의 말씀을 어떻게 온전히 이해할 수 있었을까요?

루카 복음서 저자는 이러한 제자들의 몰이해가 감추어진 신비 때문이라

며 그들의 책임을 조금 덜어 주는 듯하지만, 다른 한편으로는 그들의 잘못

을 명확히 지적합니다. “그들은 그 말씀에 관하여 묻는 것도 두려워하였다.”

묻기조차 두려워하였다는 것은 이해하기 어려운 말씀을 그대로 내버려 두었

음을 의미합니다. 더 알려고 하지 않았다는 것입니다. 어쩌면 우리도 묻기를

주저하는 사람들일 수 있습니다. 혹시 예수님께서 제시하시는 신앙의 길이

내가 바라는 바와 크게 다를까 보아 두려워하는 것일까요? 감추어진 신비를

열어 주시는 분께 끊임없이 그 뜻을 찾고 이해를 바라는 신앙인이 되도록 합

시다.

 

- 매일 미사 오늘의 묵상 필사 -